마음을 돌아서 다시, 그대 앞에 서는 일
어느 날, 빗물이 유리창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리던 늦은 오후.
잔잔히 깔린 피아노 소리 위로 울려 퍼진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지만, 낯설 만큼 가슴을 두드렸다.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그날, 그 노래는 조용히 내 하루를 멈춰 세웠다.
사랑을 끝내는 일보다 더 어려운 건, 다시 사랑을 꺼내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저 묻어두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던 감정의 잔해들.
하지만 시간이란, 모든 걸 덮는 듯 보이면서도 어느 날 문득, 정교하게 정리된 듯한 풍경 사이로 이름 모를 그리움을 들춰낸다.
이 곡은 그런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멀어진 인연 앞에서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단순히 감정을 되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상처와 미련, 그리고 시간 속의 나 자신까지 다시 꺼내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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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김동률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책장을 여는 손길 같다.
한 장 한 장 넘기듯 차분히, 그러나 묵직하게 누군가의 지난 사랑을 호출한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그 장면 안에 함께 서 있게 된다.
말하지 못한 말들, 미처 이해받지 못했던 마음,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들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것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노래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울림을 준다.
그 말 속에는 망설임과 후회, 그리고 간절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사랑의 두 번째 시작을 말하는 이 곡은, 누구나 가슴 한 켠에 품고 있는 ‘그때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사람과 나눈 말, 그리고 하지 못한 말까지.
조용히 귀 기울이면, 이 노래는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했던 편지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렇게 멈춰 선 그 자리에서, 우리는 묻는다.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 있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람.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을까.
“다시”라는 말의 무게 – 기억과 용기의 사이에서
1. 김동률 – 아티스트 프로필 및 곡 정보
김동률이라는 이름은 한국 음악계에서 감성과 깊이의 대명사로 통한다.
1993년 '전람회'라는 듀오로 데뷔한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진심’을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해왔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그 안엔 폭풍 같은 감정의 굴곡이 숨어 있다.
‘기억의 습작’, ‘출발’, ‘감사’, ‘그게 나야’ 등… 그의 대표곡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마음 가장 안쪽을 건드리는 노래들이며, 각기 다른 계절과 얼굴을 가진 이별과 사랑의 기록들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2001년 11월 13일 발표된 그의 솔로 3집 앨범 『귀향』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떠남’과 ‘돌아옴’이라는 이중적 테마를 담고 있으며, 그 가운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돌아온 자리에서의 고백’을 주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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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바이브 |
작사와 작곡 모두 김동률 자신이 담당했으며, 편곡은 음악적 파트너 서동욱이 함께했다.
섬세한 현악 스트링과 피아노 선율, 그리고 무엇보다 김동률 특유의 저음과 단단한 감정선이 이 곡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곡의 장르는 발라드. 그러나 그저 '슬픈 발라드'라고만 규정하기엔 아쉽다.
이 곡에는 단순한 이별이나 그리움 이상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의 마지막 용기’이며, ‘사랑은 끝났다고 믿고 있지만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 가사 원문 및 해석
이제 본격적으로 가사를 한 줄씩 짚어가며 해석해보자.
모든 구절 속에는 화자의 기억, 감정, 후회, 그리고 희망이 겹겹이 쌓여 있다.
한 문장 안에 깃든 여백까지도 섬세히 살펴본다.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 시간의 간극을 무색하게 만드는 만남.
헤어진 연인이 재회하는 순간, 의외로 낯설지 않다.
오히려 어제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 같은 착각. 그만큼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잘있었냐는 인사가 무색할 만큼
– 어색함보다 친숙함이 앞선다.
일상적인 인사조차 필요 없을 만큼,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문장은 감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괜한 우려였는지
서먹한 내가 되려 어색했을까
– 이중적인 감정의 교차.
오히려 상대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나의 긴장이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여기서부터 화자는 스스로의 감정을 점검하고 있다.
어제 나의 전활 받고서
밤새 한숨도 못 자
엉망이라며 수줍게 웃는 얼굴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 변하지 않은 그 사람.
이 구절은 사랑의 정지된 시간을 묘사한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이 바뀌었지만, 상대방의 미소 하나만은 그대로다.
여기서 ‘엉망’은 내면의 흔들림을 보여주는 단어이며, 동시에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 모습을 부각시킨다.
그땐 우리 너무 어렸었다며
지난 얘기들로 웃음 짓다가
아직 혼자라는 너의 그 말에
불쑥 나도 몰래 가슴이 시려
– “그때는 어려서 몰랐던 것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깨닫는 감정이 있다.
과거의 미숙함을 탓하며 웃지만, 웃음 뒤엔 묻어둔 진심이 있다.
‘아직 혼자라는 말’은 의외의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 끝나도 삶은 이어지지만, 그 자리를 쉽게 채우지 못했다는 그 말은,
화자의 가슴을 다시 얼어붙게 한다.
‘가슴이 시려’라는 표현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은 마음의 반응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게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 이 곡의 정수(精髓), 그리고 화자의 고백
노래의 제목이자 핵심 문장.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질문이자 바람이며, 동시에 용기다.
조금 ‘멀리 돌아온’ 인생의 궤도는, 누군가를 잊기 위한 시간이었는지
혹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인지 모른다.
기다리는 것이 쉬운 일이라는 고백은,
사랑을 잊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 ‘부족한 나’, ‘완전한 사랑’
사랑은 완전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족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일 때 더 깊다.
여기서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은 단념이 아니라, 절실함의 다른 얼굴이다.
화자는 사랑이 자신에게 있어 운명과도 같은 존재였음을 털어놓는다.
그땐 사랑인 줄 몰랐었다며
가끔 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항상 미안했단 너의 그 말에
불쑥 나도 몰래 눈물이 흘러
– 뒤늦은 이해, 조용한 사과
사랑은 그 한가운데 있을 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지나간 뒤,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상대의 미안하다는 말은 늦은 깨달음의 눈물과 맞닿는다.
이 눈물은 화자의 깊은 후회이자,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의 증표다.
언젠가는 내게 돌아올 운명이었다고
널 잊는다는 게 나에게 제일 힘든 일이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고
– 숙명 같은 사랑, 잊을 수 없는 사람
이 사랑은 다시 돌아올 운명이라고 믿는 화자.
단순히 ‘기다렸다’는 차원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라고 느낀다.
‘잊는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고백은 사랑의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좋은 친구처럼 편하게 받아주겠냐고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의 이유란 말야
– 가장 진심 어린 마지막 문장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꺼내 들면서도,
상대가 편하게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배려와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다.
‘다시 태어나도’라는 표현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사랑을 삶의 목적이자 이유로 삼는 존재의 고백이다.
그 모든 감정의 중심에는 ‘그 사람’이 있다.
3. 곡의 주제 및 메시지 해석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통과한 사랑의 회복을 그리는 서사다.
화자는 과거의 사랑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고백할지 말지를 망설이며, 끝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결심한다.
이 노래는 사랑의 ‘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노래다.
가사는 전반적으로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기다림’, ‘후회’, ‘망설임’, ‘고백’이라는 단어들이 화자의 감정을 따라 천천히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태어나도”라는 말로, 사랑이 단지 감정이 아니라 ‘삶의 이유’임을 강조한다.
이 곡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조용하지만, 오히려 그 조용함 속에서 강한 울림을 준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보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을 다시 꺼내어 말하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그런 순간에 필요한 노래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품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진심의 기록이다.
4. 비하인드 스토리 / 제작 의도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김동률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
그의 음악은 늘 그러하듯, 이 노래도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여부는 뚜렷하지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정서를 담고 있다.
김동률은 한 인터뷰에서 “가장 고요한 노래들이 가장 큰 감정을 전달하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곡이 바로 그런 노래다.
격렬한 감정 표현 없이도, 조용히 흐르는 멜로디와 절제된 목소리만으로 청자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뮤직비디오 또한 그 분위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카메라는 연인의 지나간 흔적을 따라 조용히 움직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미처 닫히지 않은 책장, 텅 빈 방 안에 남겨진 여운처럼, 영상은 말보다 많은 감정을 보여준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곡이 ‘전람회 시절 이후 김동률식 발라드의 정점’이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감성 발라드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이 곡은 단단한 가사와 클래시컬한 편곡으로 한 획을 그었다.
5. 감상평 및 추천 포인트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결코 텅 빈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득 찬, 넘칠 듯한 감정이 억눌려 있는 조용함이다.
그래서 더 깊고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김동률의 목소리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담백하지만 깊고, 절제했지만 흔들린다.
바로 그 흔들림이, 이 곡을 듣는 사람의 마음도 흔들리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비 오는 날, 혹은 창가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날에 이 곡을 듣기를 추천한다.
무언가 끝난 듯하지만, 어쩌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는 그런 하루에.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그 물음을 조용히 던져보는 날에.
그리고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지금, 당신 마음속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이 있나요?
그 사랑에게,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까”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진 적 있나요?
이 곡은 그 물음에 대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응답이다.
끝났다고 믿었던 마음의 이름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노래는 그렇게 끝난다.
단호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화자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고백.
그것이 이 노래의 마지막 문장이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는 마치 오래된 편지를 꺼내어 읽는 순간 같다.
손때 묻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을 간지럽히고, 그 편지에 쓰지 못했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떠돈다.
그 문장은 지금도 우리 안에 있다.
전하지 못한 말, 꺼내지 못한 감정, 끝내 닿지 못한 마음.
그리고 조심스레 되묻는 용기.
“지금이라면,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도 될까?”
노래는 끝났지만, 그 물음은 여전히 머릿속에 맴돈다.
사랑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 붙잡아둔다.
잊었다고 믿은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이 노래를 기억하게 된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곡은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노래일 것이다.
사랑은 끝나도 마음은 그대로인,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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